하노이 인근성인 박린(Bac Ninh)성에서는 매년 3월 15일 (음력) 화산이씨 제사를 지내는 행사를 성대하고 열고 우리 대사님도 초대하여 행하고 있어서 화신이씨에 대해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 올려본다.
7백년만의 귀향, “베트남을 눈물바다로 적신 花山李氏”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
한국에는 화산이씨(花山李氏)들이 수천명 살고 있다. 이들의 시조는 13세기 초 고려 고종때 안남국(安南國) 리(Li)씨 왕조의마지막 왕자 리롱뜨엉(李龍祥, 이용상)이다. 이용상 왕자는 당시 안남을 지배했던 리씨 왕조가 쩐투도(陳守度) 장군의 궁중 쿠데타로 전복된 뒤 새로 집권한 쩐씨 왕실측의 리씨 왕족 전멸작전에 따라 목숨을 잃을 위기에 몰리자 바다로 탈출, 필사의 항해를 한 끝에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에 상륙했다.
당시 고려 조정은 고려말은 전혀 못했겠지만 한자(漢字)를 능숙하게 구사한 이용상 왕자와 필담(筆談)을 나눈 끝에 그가 안남국의 왕자라는 사실을 확인, 그를 화산군(花山君)으로 봉하고 고려 여인과 결혼시켜 고려에 정착하도록 도왔다. 고려 고종 임금은 이용상 왕자의 성(姓)을 그대로 살려 ‘화산이씨’라는 성씨를 하사(下賜)했다. 오늘날의 화산이씨들은 베트남 왕족의 후예들인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롭고 감동적인 일화를 나누고자 한다. 1990년대 초, 한국과의 국교수립을 앞두고 있던 공산 베트남 정부는 13세기 초 이후 멸족된 줄로만 알고 있던 옛 리씨 왕조의 후손들이 한국에서 상당한 가문을 이루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매년 옛 리씨 왕조시절 베트남의 수도였던 탕롱(昇龍, 베트남 북부에 있는 고대 도시)에 모셔져있는 종묘(宗廟)의 제주(祭主)로 한국 화산이씨의 종친회장을 특별 초청해서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화산이씨의 종친회장이 호찌민의 탄손넛 공항에 도착해서 탕롱으로 이동, 종묘 제사를 지내기까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TV 방송했고, 그 광경을 시청한 베트남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멸족된 줄 알았던 리씨 왕조의 후예들이 이역만리에서나마 혈통을 이어왔고, 마침내 그 종손(宗孫)이 본향으로 돌아와 직접 제례를 지내게 됐으니 그 감격이 얼마나 컸을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은 크게 네 개의 왕조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는데,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2백여년간 최초의 장수 왕조시대를 열었던 리씨 왕조와 그 뒤를 이은 쩐(陳•Tran)씨 왕조, 레(黎•Le)씨 왕조와 응웬(阮•Nguyen)씨 왕조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리씨 왕조 시절이 역사상 최초의 장수 왕조로 많은 문물을 발전시켰던 때로 기억하며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성(易姓) 쿠데타로 정권을 창출한 쩐씨 왕조에서는 옛 리씨 왕조에 대한 기념행사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그 이후의 왕조에서도 제대로 리씨 왕조 시절을 챙기지 않아 리씨 왕조는 점점 잊혀져가는 듯 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게 되면서 응웬왕조가 사실상 막을 내리자, 리씨 왕조의 도읍지였던 탕롱 주민들이 옛 궁궐터에 리씨 왕조 종묘를 짓고 매년 제례를 지내왔다.
그러나 리씨 왕조의 적손(嫡孫)을 베트남 내에서 찾는데 실패해 할 수 없이 탕룽시(市)의 시장(市長)이 제주(祭主)를 맡아왔다. 그러던 차에 먼 나라 한국〔북한 맹방인 베트남 정부는 당시까지도 한국을 남조선(南朝鮮)의 베트남식 한자 발음인 ‘남쮸띠엔(Nam Trieu Trien)’으로 불렀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리씨 왕조의 적장손(嫡長孫)인 한국 화산이씨의 종친회장을 제주로 모신 것이었다.
그런데 제례를 맡은 한국 화산이씨 종친회장은 베트남말을 한 마디도 할 줄 몰랐으니, 어쩔 수 없이 한국말로 제문을 읽고 현지 베트남인이 통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장면이 얼마나 드라마틱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짜릿해진다.
이 때 화산이씨 종친회장은 과연 베트남인인가, 한국인인가. ‘뿌리’로 따져 들어가면 그는 베트남 왕가의 후예임에 틀림없지만, 그의 가문은 수 백년동안 베트남과는 전혀 연락도 닿지 않은 채 한국사람들로 한반도에 뿌리를 내려 살아왔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민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話頭)를 놓고 복잡한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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