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생각들

[스크랩] 군대간 아들에게

계방산방 2006. 12. 31. 11:40


욱석에게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고 있구나.

올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고 연일 TV에서 떠들어 대고 있단다.

이 추위에 몸건강히 잘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엄마와 아버지는 너의 염려지덕으로 잘지내고 있다.

네동생 옥슬이도 이제 방학을 하여 오랫만에 학교생활을 벋어나 늦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단다.

 

이제 이 한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구나.

너를 군대 보낸지가 엇그저께 같은데 벌써 이해가 가고 있으니 세월은 엄동설한

부는 바람보다 더 빨리 불어오는가 보다.

 

어제는 너의 고조할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시골집에 다녀왔단다.

할머니께서 걱정을 많이하시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군대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시다 하면서....

그래서 너 면회 갔다 온 이야기도 들려주고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와 함께

네 이야기 많이하고 왔단다. 할머니께는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며 너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유난히 다른 형제들 보다 할머니께서는 너를 더 아끼고 좋아하셨단다.

그것은 네가 어렷을 적에 할머니 댁에서 같이 살아서그런지 모르겠구나.

가족이란 이렇게 조그마한 것부터 마음으로 걱정을 해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욱석아

벌써 면회를 다녀온지 일주일이 넘었구나.

외박 나와서 너의 외투와 전투복에 이병 계급장을 떼어내고 일병 계급장을

달아달라고 전우사에 옷을 맞겼던생각이 나는구나. 이젠 일병으로 진급하였겠지?

 

일병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계급 진급하는 것이 왜이렇게 좋은 것인지.. 일주일 후에는  일병 진급한다고

네가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는 구나.

이런 단계 단계를 넘어서 더욱더 사람의 가치와 품위가 높아지는 것인가 보다.

일병과 이병하고는 커다란 생각과 행동의 차이가 있으며..

물론 병장과 일병 사이에는 그 생각과 행동과 부대원을 이끌어가는 리더쉽의

차이가 더 많겠지?

 

일병 이욱석

너는 선임자들이 하는 것을 잘 보고 배우고 익혀서 너의 후임자 들을 위해

보다 나은 선임자 역할을 하여주고, 또한 선임자를 위한 뛰어난 후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너의 진정한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보다 훌륭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 하다가 이제는 한사람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한민국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진정한 성인으로써 생활하게 되었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전국 각지에서 온 군인들과 함께 생활 한다는 것은 처음으로

단체생활 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보람도 있을 것이며,

또한 배우는 것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가정과 사회를 떠난 자연인으로서 - 네 개인의

생존경쟁의 길인지도 모른다. 自然人이란 자기 스스로가 자기 행동을 책임지며 업무를

완성해 나가고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너도 진정한 자연인이 되어 너 자신을 개척해 가길 바란다.

 

욱석아

생활하다보면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겠지만 어려움과 고통이 올수 있으며 가슴깊이

밀려오는 슬픔도 있을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극복하여 스스로 그것들을 너의

 것으로 만들 때 넌 진정으로 강한 욱석이가 될 것이며 또한 생각과 행동이 보다 성숙해

지고 네가 속한 중대도 강한 부대가 되리라 생각된다.

 

 기쁨과 즐거움은 중대원들과 함께 나누고, 모든 어려움들은 안으로 안으로 잘 갈무리

하고 가슴을 파헤치는 슬픔이 밀려오거들랑 가슴 속에 깊이 묻어 띄우고 발효시켜 

삶의 거름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바란다.

우유가 썩으면 상하고, 발효되면 생명의 물이 되듯이

욱석이에게 다가오는 힘듬과 슬픔과 아픔들도 하나 하나 귀중하고 소중한

삶의 선물이기에 썩이지 말고 마음의 창고에서 발효시켜

삶을 아름답게 하는 생명의 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지혜가 있길 바란다.

 

대한의 남아 씩씩한 일병 이욱석...!!

이젠 찬바람도 어느덧 자자드는구나.

추위도 제풀에 꺽이어 조금 포근해 졌구나...

자연의 이치가 이렇듯이 모든 일도 끝이있고 봄날이 있단다.

추위가 있어야 식물이 꽃이피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많은 시련을 견뎌야

좋은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란다.

 

부디 추운 겨울 건강하게 잘지내길 빌면서

이만 줄인다. 잘있거라...

 

                                                                        2006년 12월 30일

                             

                    2006년 말미에  강릉에서 아버지가 사랑하는 욱석이에게 


 

출처 : 계방산방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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