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조선일보에 난 베트남 오리온 기사
['K 푸드' 시대…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 [2] 세계 제과시장 정복 노리는 오리온
-초코파이, 베트남선 '귀하신 몸'
수분 함량·초콜릿 배합 비율 등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맛 만들어… 제사상 올릴 정도로 대접 받아
-현지화로 승부
스낵 원료 감자 현지서 생산·조달, 베트남·中·러 등 3개국에 공장 9개… 아프리카 등 60여개국에 수출
오리온 베트남법인은 올 1~2월 '초코파이'를 매달 6700만개씩 생산했다. 평소 월평균 생산량(2900만개)의 2배를 훌쩍 넘는 물량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매달 판매되는 초코파이 숫자(평균 3000만개)보다도 훨씬 많았다.
이처럼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베트남 최대 명절인 음력설을 전후해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가정의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대접받는 식품이다. 제사상에 '폼 나게' 오르도록 초코파이 2개들이 포장 제품이 따로 나온다. 연초에 한 해의 복(福)을 기원하러 절에 갈 때도 초코파이를 챙긴다. 김동주 베트남 호찌민 공장장은 "베트남도 설이나 추석 명절 문화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2000명 영업사원이 14만개 거래처 맨투맨 공략
지난 11일 호찌민 중심에서 4㎞쯤 떨어진 응웬통 거리. 간판도 없는 1~2평짜리 잡화점 수십 개가 늘어선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매장 입구마다 계단식으로 진열된 초코파이였다. 베트남 전역에 64개 매장을 둔 최대 할인점 '꾸웁마트'에서도 목 좋은 진열대는 모두 오리온 제품 차지였다.
- ▲ 오리온 베트남 호찌민공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갓 구운 초코파이용 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초코파이를 비롯해 스낵류와 껌 등 호찌민공장 생산량의 40%는 미국·아시아·중동 등 42개국으로 수출된다. /진중언 기자
오리온은 2006년 호찌민에 공장과 현지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9년에는 하노이에 두 번째 생산공장을 차려 가동했고, 그 이듬해인 2010년에는 베트남의 낀도·비비카, 미국의 리글리·펩시코 등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올해도 총 85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약 2000억원가량(시장점유율 23.5%)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오리온이 베트남 진출 4년 만에 업계 1위 업체가 된 주요인은 맛을 앞세운 제품력과 현지 유통시장에 맞는 영업 전략이 합쳐진 결과다. 김동주 공장장은 "빵의 수분 함량과 마시멜로·초콜릿의 배합 비율, 무균 생산시설 등 경쟁사가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통하는 초코파이 맛의 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 등이 전체 유통 채널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런 환경에 맞춰 영업사원들이 맨투맨으로 시장 상인들을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본격 진출 전인 2002년 12명에 불과했던 영업사원은 올해 현재 2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이 담당하는 거래처도 14만개나 된다. 김승진 영업기획팀장은 "영업사원들이 오토바이로 전국을 누비며 간판도 없는 수많은 가게를 거래처로 바꿔가고 있다"며 "오리온 영업사원은 항상 걸레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주문이 없는 날엔 매장 청소라도 하기 때문에 거래처에서 인기가 최고"라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 중국 매출은 이미 1조원 돌파
스낵의 원재료인 감자를 현지에서 생산해 조달하는 것도 호평을 얻고 있다. 오리온은 호찌민에서 북서쪽으로 300㎞쯤 떨어진 달랏에 80㏊(24만2000평) 규모의 직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노이에서는 주변 1만6000여 농가와 계약을 맺고 400㏊(121만평) 땅에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 ▲ 베트남에서 제수(祭需)로 인기가 높은 초코파이 2개들이 상품(오른쪽). /오리온 제공
베트남 남부 지역은 쌀 3모작을 하지만,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은 겨울에 벼농사가 불가능하다. 오리온 이은상 본부장은 "오리온과 계약을 한 농민들은 농한기에도 평소의 1.5배 정도 되는 수익을 얻고 있다"며 "베트남의 한 성장(省長)으로부터 '오리온이 6만여 농민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베트남과 중국·러시아 등 3개국에 걸쳐 9개의 해외 공장이 있다. 2009년부터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만 봐도 해외 매출(2400억원)이 국내 매출(11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해외시장 중에서는 중국에서의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1조2200억원의 매출액 중 1조13억원을 중국에서 거뒀다. 이경재 베트남법인 사장은 "중국과 베트남 시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리온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베트남 제과시장은 우리 국내시장 규모를 추월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