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봄이 왔어요>
봄기운이 완연한, 바야흐로 3월이다. 몇 일전까지만 해도 쌀쌀한 날씨 탓에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버리지 못했는데 말이다. 오늘 아침 등굣길, 맺혀있던 꽃망울이 유난히 예쁘게 느껴진다. 그래, 이제 정말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봄’이 온 것 같다.
캠퍼스에 느껴지는 봄의 기운은 공강(空講) 시간에 빛을 발한다. 산들바람을 느끼며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한 시간 남짓, ‘공강 시간에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무언가 해야 해’ 라는 강박관념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그냥, 이렇게 친구들과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것으로 걱정은 저만치 달아나곤 한다.
<정말, ‘모르는’ 대학생 >
어김없이 찾아온 자투리 시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오늘,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는 대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려요~^^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사투리를 그대로 옮기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 야- 근데 너거 농촌진흥청 아나?”
“ 아, 그거 니 뭐 기자단 활동한다 캤다 아이가?”
“ 어 맞다. 근데 너거 거기 뭐 하는 덴지 아나?”“ 내는 그때 뉴스에서 잠깐 본거 같은데, 이리저리 막 없어진다 카면서 말도 많고. 다시 괜찮아진 거 같긴 하던데, 맞제? 근데 농촌진흥청이 뭐 하는 덴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농촌진흥청이니까 농촌관련 일 하겠지 - 아니가?”
친구들을 만나 ‘농촌진흥청’을 물어보면 거의 반 이상이 이런 반응이었다. ‘대학생이 생각농촌진흥청 혁신’ 에 대한 기사를 써야하는데, 농촌진흥청 자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런 대답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어쩌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나는 기사의 작성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농업경제학과 장우환 교수님을 만나다 >
“장우환 교수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좀 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결국 ‘교수님을 만나보기로 한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사실, 인터넷에도 여러 가지 글이 떠돌아다녔지만, 내 이름으로 올리는 기사에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내는 것 같아 왠지 내키지 않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장우환 교수님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18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하시다 4년 전 부터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다. 오랜 연구원 생활 때문이었을까, 30분 남짓 한 인터뷰였지만, 교수님의 ‘무한한 농촌사랑’이 여실히 느껴졌다. 
인상 좋으신 교수님과의 첫 만남,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 복분자 음료수의 뚜껑을 직접 따서 건네주시는 모습에 감동(?) 받은 건 시작에 불과했다. 교수님의 배려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기억에 남을 인터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전문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농업과 농촌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소위 말하는 농업이다, 농촌(공간)이다 하는 것은 농촌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 하나입니다. 농촌은 농촌의 경제수단인 농촌산업(농업), 그리고 이러한 농업이 이루어지는 터전인 농촌, 그리고 이러한 농촌공간에서 농업을 행하는 농민으로 구성되죠. 이 세 요소가 순환구조를 이루고 잘 맞물려 갈 때 비로소 농촌이 발전하고 농촌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이번 농촌진흥청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 정권이 바뀌는 시대에는 조직개편이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번에 농촌진흥청 존치 논란이 화두가 되었었죠. 어떤 국가기관이든 ‘시대적 역할을 해야 한다’ 는 측면에서 이런 논란이 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시대적 역할’ 즉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견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선진국에선 농업이 여전히 위상을 떨치고 있음은 물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국민도 이를 숙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논란이 논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농촌진흥청이 더욱 발전하고 세계와 경쟁 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Q3.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농촌진흥청의 혁신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앞에서 이야기 했듯 농업, 농민, 농촌- 이 3박자가 함께 어우러지고 맞물려 발전해야 해요. 농촌진흥청이 식량자급이나 품종개발 등 농 · 식품 발전에 기여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발전에 지나치게 ‘농업’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농민과 농촌(공간)에 대한 관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농민의 소득향상, 삶의 질 향상 등 농민을 위한 정책은 물론, 농촌공간을 활용한 농촌관광산업을 활성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이 ‘농업기술 및 연구’ 쪽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면 이제는 그러한 연구 결과물 및 기술을 농민에게 제대로 보급해, 농촌경제를 활발하게 만드는 획기적인 방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4. ‘농촌’ 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면?
- 현재, 농업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4%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4%가 96%를 먹여 살리는 셈이 되죠. 하지만 저는 농촌이 더 이상 사양 산업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문화에 환경과 생태가 어우러진 첨단 복합 산업으로 변모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에 따라 농민의 소득수준은 당연히 증대될 것 이구요. 농촌은 농촌을 넘어선 도농교류의 장, 녹색공간으로 탈바꿈 할 것입니다. 농촌은 이제 장밋빛 공간이 될 거에요.
“요즘 대학생들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은 농업과 농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 나머지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러워요. 나라의 중심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농촌, 그리고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다짐하다>
교수님의 명쾌한 답변 덕에 인터뷰 내내 수십 번도 고개를 끄덕인 나.
나는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시골을 좋아하기만 했지, 실제 농민들과 농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가?’ 하고 말이다. 이제 또 하나의 당위가 생겼다. 이렇게 컴퓨터로 작성하는 ‘글’ 을 넘어서 ‘진짜 농촌을 향한 마음을 품어야겠다.’ 고 말이다.
바쁘신 데 시간 내 주신 장우환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감사드립니다. ^^
농촌진흥청 대학생블로그기자 강혜진/경북대학교 지리학(신문방송학)